인생 첫 독서 기억

며칠 전 한 전화를 받았다. 택배 알림도 아니고, 배달원도 아닌 참으로 오랜만에 낯선 이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았더니 유아 전집회사의 영업사원이었다. 원래 조리원에서 다양한 유아 물품 업체들이 꾸려주는 수업시간(홍보 시간)이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 폐지되었었다. 그래서 홍보 기회를 놓친 영업사원이 조리원 방 안으로 아기 초점책 샘플과 함께 본인의 연락처를 남겼었더랬다. 초점책을 가지고 싶으면 나의 핸드폰 번호를 남겨야 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초점책만 가져왔었다. 영업사원은 아이 발달 사항 점검과 놀이 책을 소개해 주고 싶다며 방문 의사를 밝혔다.

출산 선물로 시에서 선물해준 몇 줄 안 되는 책(대부분은 아이 입으로 들어가 치발기로 쓰이고 있다)외에는 딱히 다른 책이나 교구를 생각해 본 적 없었던 터라 한 번 오시라 하였다. 그러면서 이 업체의 책 후기들을 뒤적뒤적 찾아보다보니 내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의 첫 독서 기억은 남의 집에서 읽은 공주 동화책이다. 어릴 때 엄마가 외출할 때 이웃 집에 날 맡겨두곤 했는데, 그 집에는 동화 전집이 있었다. 안데르센을 비롯하여 각 국의 유명한 동화들이었는데, 책의 팔할은 그림이고 글자는 몇 줄 안되었다. 이웃집에 맡겨지면 그 집의 동화책을 하나 둘 꺼내 읽었고, 대부분은 공주와 왕자가 나오는 이야기들이었다. 백설공주, 엄지공주, 신데렐라, 백조공주 등등 유명 공주들의 예쁜 드레스, 얼굴들을 보는게 좋았고, 그들의 다이나믹한 이야기도 좋아했다. 책들을 읽고 있으면 어른들이 대견해 하는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다.

막상 우리 집에는 학습만화 전집이 많았다. 엄마가 출판사 관련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였는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학습만화 전집도 팔으셔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해당 출판사의 전집들이 꽂혀 있었는데 대부분은 만화형식이었다. 덕분에 학습 만화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집에 꽂혀 있으니 다시 읽기도 좋았고 주제도 다양해서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그림 작가들이 참여했어서 각 권마다 화풍이 조금씩 다른 것도 재미있었다.

그 이후에는 문학을 만화로 풀어낸 책들을 많이 읽었다. 구운몽, 사씨 남정기, 박씨전, 운영전 등등 지금 생각해보니 그림체가 예쁘고,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책 위주였다.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책은 삼국지, 수호지 등이 있었으나 큰 흥미를 못 느꼈던 것 같다. 중학생 때 쯤에는 한국 문학을 만화로 풀어낸 전집을 사주셨는데 그 때도 역시 그림체가 예쁘고 재밌는 책들 위주로 골라 읽었다.

추억의 그 만화

아이에게는 어떤 책을 사주어야 할까. 여느 부모든 아이가 핸드폰보다는 책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글도 모르지만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가지기만 해도, 심지어는 그냥 물고 뜯고만 있어도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하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어떤 책이 좋을까. 일단 이 문제는 그 영업사원님을 만나봐야 알 것 같고, 나의 바람은 일단은 다양한 가치관이 들어있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책이었으면 좋겠다.

Trend에 관심 많은 Mark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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