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_무라카미 하루키

서울에 첫 눈이 내린 오늘. 완연히 다가온 겨울에 어울리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라는 책으로 처음 만난 작가였습니다.  어렸을 적 어떤 광고에서 ‘상실의 시대’ 가 나왔었고, 당시 베스트 셀러였습니다.

읽기는 읽었지만,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눈으로 글자만 읽고 책을 덮었습니다.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는 얄량한 자부심과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는 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공강시간에 들린 도서관에서 다시 무라카미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 소개할 이 ‘먼 북소리’ 라는 책으로요. (이 책 이후 제 마음속의 무라카미는 소설가라기 보다는 에세이 작가로 탈바꿈합니다. 지금도 무라카미의 소설책은 집에 한 권도 없지만 에세이는 5권이나 모았습니다.)

‘먼 북소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스~이탈리아에서 ‘상실의 시대’를 집필하던 당시의 이야기들을 여행기로 엮어낸 책입니다. 관광객과 거주민 그 중간 즈음의 위치에 있는 무라카미가 바라보는 성수기가 지난 이탈리아, 그리스 관광지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실려있습니다. 이탈리아, 그리스 하면 으레 생각하는 푸르고 햇빛이 쨍쨍한 모습이 아니라 서늘하고 조금은 쓸쓸하기까지한 남부유럽 민낯 그대로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여름이 아니라 겨울,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지금 날씨에 훨씬 더 어울리는 책입니다.

이 책의 백미는 감히 말하자면 <머리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머리말을 읽고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다시 찾게 되었고, 머리말이라는게 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도 일반화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갸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녹차를 마시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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